개학한 화요일, 아침 내내 비가 안 그쳤어요
6시쯤 눈 떴는데 창밖이 아침부터 캄캄했어요. 비가 꽤 세차게 내리고 있더라고요. 오늘 개학이라 초등학교 정문 쪽은 아이들 등교로 북적였을 텐데, 비까지 겹쳤으니 그 근처는 오금이 저리겠구나 싶었어요. 저희 가게 앞 골목은 하루 종일 물 웅덩이뿐이었죠.
가게 문 열자마자 전화가 왔어요. 근처 공사장에서 굴착기 몰던다는 분인데, 아침에 시동이 안 걸려 현장 진입을 못 하셨데요. 비가 이렇게 오는데 엔진 돌리지도 못한 채 서 있는 그 굴착기 생각하니까 제 얼굴까지 뜨끈하더라고요. 차를 끌고 올 수가 없어서 제가 점검장비 챙겨 들고 나갔습니다.
굴착기가 문을 두드린 아침
막상 현장에 가 보니 캐빈 옆 커버 열어 단자 쪽을 확인할 때부터 감이 왔어요. 하얀 부식이 제법 올라와 있었고, 케이블 고정도 살짝 풀려 있었죠. 전압 재보니 시동 배터리로는 좀 억울한 수치더라고요. 이틀째 비가 와서 아예 시동을 못 건 날이 이어졌으니, 약해진 배터리가 끝내 버틸 힘을 못 낸 거예요.
이런 일, 비 소식이 있으면 유난히 잦아져요. 습기가 단자 사이로 스며들면 미세한 누전 경로가 생겨서 배터리가 얇게 계속 소모되거든요. 여기에 세워둔 날이 겹치면 그대로 방전되는 거죠. 화물차나 굴착기처럼 밤에 시동 한 번 안 걸리는 날이 있는 차들은 더 그렇더라고요. 저희가 자동차 배터리만 파는 데로 알고 오시는 분들이 간혹 계신데, 굴착기·지게차 같은 장비 배터리도 저희가 같이 다루는 산업용이라 부품 보유가 되는 편이에요.
check: 단자 부식 O / 케이블 체결 느슨 / 정지전압 저하 → 교체 판단. 비 온 뒤 방전은 대개 이 세 가지 중 하나에서 시작됩니다.
교체 끝나고 시동 한 번에 걸리자 그분이 캐빈에서 내려서 연신 고맙다고 하셨어요. 장비가 멈추면 하루 현장 통째로 멈추는 거잖아요. 그 말에 제가 더 뭔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달까요. 원래 이런 날은 미리 점검 한 번 받아두는 게 제일 좋은데, 현장에서 장비 몰고 다니는 분들은 그 '미리'를 쓸 시간이 없으니 늘 아슬아슬하죠.
칼국수 한 그릇과 골목 이야기
오후에 비가 잠깐 잦아들 틈 타 골목 칼국숫집에 갔어요. 개학 첫날이라 그런지 손님이 적막해서 주인 아주머니가 국수 두 그릇 말면서 심심하던 참이었대요. "학교 갔다 오는 애들 우산에 부딪혀 죽겠네" 하시면서요. 뜨거운 국물 먹으니까 젖은 운동화 신은 발도 좀 풀리고, 사람 냄새 나는 오후였어요.
가게 돌아와 보니 연락 하나가 더 와 있었어요. 옆동네 공장에서 야적장 지게차가 비 맞고 방전된 것 같다는 내용. 내일 아침에 가보기로 하고 메모만 적어뒀습니다. 배터리 점검 의뢰는 요새 부쩍 늘었어요. 가을 들어선데다 장맛비 후유증까지 겹쳐서일까요.
해 지기 전 마당 나오니 물웅덩이에 회색 하늘이 비치고, 어제 올려둔 차량 배터리 상자를 재배열했어요. 개학한 화요일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었습니다. 내일은 그 지게차부터 봐야겠네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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